FOREVER 21 파산 신고하며 미국 내에만 100개 이상의 매장 닫은 이유와 패스트 패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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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A, H&M등과 나란히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대국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코리안 아메리칸 드림의 대명사 FOREVER 21이 얼마 전 파산 위기를 맞으며 미국 내에만 100개 이상의 매장을 닫겠다고 밝혔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 일어난 탑샵(TOPSHOP), 바니스뉴욕(Barney’s New York)백화점과 같은 거대 브랜드 다음으로 이어진 FOREVER21의 파산 릴레이는 리테일 업계가 언젠간 대면할 수 밖에 없었던 부동산 시장과의 모순적인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 외에도 현재 패션업계의 흐름이 악영향을 끼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온라인 브랜드들의 급작스런 신장세,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한 패션의 추구, 다양한 유통채널의 발전으로 인한 가격 대폭 인하 등 거대 브랜드들이 무너질 수 밖에 없게 만든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변화에 더 박차를 가한 것이 바로 부동산과 모순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패션 리테일의 성격일지도 모른다.

1984년에 FASHION 21로 시작된 FOREVER 21은 LA에 첫 매장을 오픈하여 7십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후 2015년까지 40개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며 빠르게 성장하였다. 최다수의 매장을 보유하며 최고의 매출액을 올렸을 당시 기록한 총매출액은 44억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한국인 이민자 커플이 최저 도매가로 구매한 최신 인기 디자인 아이템을 경쟁 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선보이며 발전한 이 사업체는 젊은 연령대를 겨냥한 여성 의류로 시작했다가 점차 남성복, 유아복 그리고 홈리빙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그도 그럴 것이 브랜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1개 층에서 많게는 5개 층까지 있는 대규모 상가들을 임대하기 시작했고, 부피가 크지 않은 의류 아이템으로 큰 매장을 다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FOREVER 21의 매장 임대가 갑작스레 증가하면서 항상 최고의 조건으로 입점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를 야기하였다. 회사 창립자들은 간혹 악조건을 가지고 있던 매장 입지를 분석하여 입점하기 전에 향후 대책을 세우거나 리테일 부동산 관련 소식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리테일 부동산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종합몰은 과거와 같이 쇼핑에 목적을 뒀다기 보다는 관광 위주의 여행자를 위한 명소로 변하고 있고, 실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였다. 이에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한 ZARA를 포함한 과거 매장 유통체계 중심의 브랜드들은 고차원적인 물류 시스템을 동원한 웨어하우스와 배송 시스템에 별도 투자를 가하며, 매장이 단순히 고객이 쇼핑을 하러 오는 장소 뿐만이 아닌 온라인 쇼핑의 교환, 반품, 환불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그 결과 ZARA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닥치기 전, 온라인 매출을 통해 30% 이상 매출을 증대시켰고 일부 매장만 전략적으로 폐점하거나 오픈했다. 이와 반대로 최악의 조건을 가진 매장과 10년 단위 임대계약을 맺은 FOREVER 21은 매출이 감소하는 와중에 총 4억5천만 달러의 임대료를 내느라 허덕이고 있었다. 결국 FOREVER 21은 2019년 9월, Chapter 11 Bankrupcy라는 파산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고, 신고 당시 회사의 부채는 2억 5천만 달러였다.

커머셜 부동산의 입장에서 본다면 패션 리테일 업계 뿐 아니라 딘앤 델루카(DEAN & DELUCA)와 같은 식품 사업체의 파산 신고, 5번가에 위치했던 백화점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 건물 전체를 매입한 위워크(WeWork)의 사업고와 같은 변동이 달가울 수가 없다. 아무리 FOREVER 21과 같은 임차인이 법적인 조치를 통해 건물을 비워준다 한들, 거대 규모의 커머셜 부동산을 채울 수 있는 사업체가 앞으로 나타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이다. 천정 벽처럼 높아져만 가는 임대료가 아무리 합리적인 금액이라 한들, 대기업 패션 브랜드처럼 큰 규모의 공간을 단번에 채울 수 있는 대체 임차인을 찾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큰 숙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반면, 패션업계에 관심이 있다면 이제는 최고 입지의 매장이 아닌 방치되어있던 웨어하우스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고객의 주문을 빠르게 처리해 최단 시간으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 웨어하우스는 사무실 및 물류센터로 활용하기에 좋다. 한 때는 소규모 공장 부지 혹은 공연 장소로 쓰이기도 했던 방치된 웨어하우스들을 이제는 윌리엄스버그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맨해튼, 퀸즈까지 접근이 용이해 빠른 배송으로 그 지역 주민들을 온라인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고, 웨어하우스 일부를 매장 및 쇼룸으로 리모델링 하여 부쉬윅, 윌리엄스버그, 그린포인트의 주민들을 오프라인 고객으로 끌어 당길 수 있을 것다. 또한 이 곳 부지들을 일찌감치 매입해 자리를 잡고 있는 와이쓰 호텔(Wythe Hotel), 윌리엄스버그 호텔(Williamsburg Hotel), 윌리엄스 베일(William’s Vale), 혹스턴(The Hoxton)호텔들과 브루클린 엑스포 센터, 각종 오피스 건물들 및 럭셔리 콘도들이 부동산 투자가치를 더욱 높여 줄 것이다. 윌리엄스버그 웨어하우스가 밀집된 지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베드포드 애비뉴(Bedford Avenue) 지하철 역 근처에는 최근 애플, 홀푸드 등 대형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부동산 붐이 일었고, 작년 7월에는 한국의 에이랜드(ALAND)가 1만 제곱피트 이상의 웨어하우스식 건물을 임대하면서 영업을 시작한 바 있다. 에이랜드(ALAND)를 선두로, N 6th Street에는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반스(Van’s), 메이드웰(Madewell), 르라보(Le Labo),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등이 들어서 있으며 최근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에버레인(Everlane)도 합류하여 핫한 쇼핑 지역으로 뜨고 있다. 향후 3년간 이곳에 대규모 패션 리테일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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