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오피스 부동산에 파워 바이어로 떠오른 미국대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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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와 90년대까지 제너럴 일렉트릭 본사로 사용되던 코네티컷주 페어필드(Fairfield)의 실반(Sylvan) 지역에 위치한 이 건물이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실로 사용될 것이라는 상상을 당시 누가 했을까? 이 건물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가톨릭 대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자신들이 앉아있는 그 공간이 한때 다국적 기업의 본사로 사용되던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가톨릭 대학은 6,700만 달러에 66 에어커 규모의 부지를 새로운 웨스트 캠퍼스로 조성하는 계획의 한 부분으로 이 건물을 함께 매입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JLL의 데이터에 따르면 49곳의 4년제 사립 대학교와 16곳의 4년제 공립 대학교들이 2018년 이후 미국 전역의 수십 개의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오고 있다.

캠퍼스 확장 계획을 가진 학교나 부동산 자산을 증가시키려는 학교들이 오피스 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투자 대박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 사무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들은 저렴한 가격에 빌딩들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건물을 신축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빌딩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월등히 더 유리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어있는 오피스 빌딩들이 학술용으로 용도 전환하는 것이 팬데믹 이후 침체된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세빌스(Savills)의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전국 오피스 가용률은 24% 이상으로 팬데믹 이전의 수치 17% 보다 크게 증가했다. 일부 오피스 빌딩의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해 일부 소유주들은 보유 빌딩을 모기지 은행들이 압류하도록 내버려 두기도 한다.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주택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오피스 빌딩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법적인 문제 그리고 수백 개의 주방과 욕실을 설치해 야하고 다양한 규제 및 건축학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많은 학교들이 오피스 빌딩만 매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를 선호하면서 기숙사 공간이 부족해 지자 일부 학교들은 호텔 매입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무실 빌딩의 낮은 가격은 부동산 매입이 필요하지 않은 대학들도 유혹하기 시작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은 지난해 월드뱅크로부터 10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매입 옵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건물 가치는 2억 3천만 달러에 달하지만 이 대학은 단 1,150만 달러에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은 워싱턴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을 매입해 위성 캠퍼스로 사용하며 연방 사무실이 즐비한 이곳에서 인턴십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면서 미국 수도에서 학교 입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 대학은 수년 동안 워싱턴에 위치한 건물을 임대해 왔지만 현금 보유 현황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이 건물을 4,900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본래 1960년대 미국 방송 협회를 위해 지어졌으며, 리얼티 파트너스가 2018년 3,100만 달러에 매입한 뒤 건물 업그레이드를 위해 2,000만 달러를 투입한 빌딩이다.

켄터키의 루이빌 대학교는 사무실 건물을 보험 회사인 휴매나(Humana)로부터 기증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많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사무실 공간이 필요 없어졌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오피스 빌딩을 취득할 때 해당 건물을 학업용 또는 기숙사로 사용할 경우 세금을 내지 않아 지역의 세수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정부 관리들은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해 조용해진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사용되지 않은 건물 매각을 장려하고 있다. 대학교들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동인구 유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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